법 분야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순발력이 필요한 부분은, 단연 형사 분야라 할 것입니다. 민사 사건의 경우, 소를 제기당해도, 일정 기간 답변서 제출기한이 보장되고, 이후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려 재판이 진행됩니다. 즉 전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없고, 준비할 시간이 주어지고, 주위 사람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시간도 충분합니다.

그러나 형사절차, 특히 수사는 그렇지 않습니다. 급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수사의 밀행성 때문에 수사 내용을 알지도 못하므로, 제대로 방어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시기적절한 대응이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죄를 저질렀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잘못된 대응으로 구속수사라도 받거나, 나아가 유죄까지 선고받는다면, 이것처럼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잘못이 있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정도를 넘어서까지 죄책을 부담한다면, 이것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잘못된 대응으로 야기되는 안 좋은 상황을 보여주는 한 예가 이전 대한항공 회항 사건입니다.

그러한 일을 저지른 것도 잘못이지만, 그 후 대응도 매우 부적절했습니다. 이와 같은 경우 우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전제한 상태에서 여러 참작 가능한 양형 사유를 주장하였어야 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피해자를 가해자로 바꾸려 하였고,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하려 해서, 구속영장 발부사유까지 충족시켰고, 영장이 발부되는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여론은 계속 안 좋아졌고, 재판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순전히 사건 이후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발생한 것입니다.

형사사건이 발생하면, 전문가인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몇 가지 사항은 상식이라는 면에서 알고 있어도 좋은 사항이고, 또 변호사 선임 이전에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간략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수사에 긍정적으로 대응하자.

형사절차의 시작은 수사입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또는 법원의 출석통지서가 송달되지는 않습니다. 민사절차는 일방이 법원에 소장을 접수하면, 그것을 그대로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이로써 소송구조가 형성됩니다. 원고 청구의 당부는 원·피고의 증거자료 제출을 통하여, 법원이 그 증거에 의하여 승패를 결정합니다. 그러나 형사절차는 그렇지 않습니다. 일방이 고소하였다고 하여, 바로 그 고소장이 법원에 공소제기되는 것이 아닙니다. 일단 수사를 해서, 그 혐의가 인정되어야만, 검사가 법원에 공소를 제기합니다.

수사단계에서는 피의자(의심을 받는 자)일 뿐, 수사를 하여 혐의가 없다고 밝혀지면, 혐의없음 등 불기소처분을 하고, 공소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검사가 법원에 공소를 제기하면, 이로써 피의자는 피‘고’인이 됩니다. 따라서 수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이러한 공소제기를 막아야 합니다. 마냥 수사에 적대적이어서는 안 됩니다. 고소를 접수한 경우, 수사기관에서는 그 내용의 진부를 알지 못합니다. 그 고소가 옳은지, 옳지 않은지를 따져보기 위해, 출석요구를 하고 조사를 하는 것입니다.

범죄행위를 막고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입니다. 그러므로 수사기관은 범죄행위에 대한 의심이 있는 경우, 그에 대한 조사를 하여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피의자가 계속 출석을 거부하고, 증거를 인멸한다면, 이에 대해 강제력을 동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구속제도가 있는 것입니다. 구속사유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에서, 피의자에게 ‘일정한 주거가 없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것입니다.

일단 고소 등 범죄인지가 된 이상 수사기관은 이를 조사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피‘의’자일 뿐, 그 혐의가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 그 혐의를 벗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에 이에 부합하는 진술과 증거를 제출해야 합니다. 막연한 회피와 소환불응은 체포 또는 구속사유가 됩니다. 그러므로 긍정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긍정’은 수사기관의 범죄 혐의를 인정하라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수사에 대하여 처벌만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내 혐의는 벗어진다는 ‘긍정’적 사고하에 대처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입니다.

2. 수사기관으로부터 전화를 받는 경우

수사기관이 고소 등 범죄를 인지하면, 보통 담당 수사관이 출석을 요청하는 전화를 합니다. 수사관으로부터 갑자기 전화를 받으면, 당황하기 마련입니다. 또한 그 출석일을 바로 다음 날로 지정하는 등, 기일이 촉박하다면, 더욱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임의수사, 즉 상대방의 동의를 전제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당황하지 말고, 일단 출석할 의사를 밝힌 다음, 그 날짜에 출석이 어려우면, 업무 일정 등 정당한 사유로 출석이 어려움을 밝히고, 출석 가능한 날짜로 변경할 것을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고소 죄명 등 궁금한 내용을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이후 출석일까지 남는 기간 동안 변호사로부터 자문을 받거나,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여 수사를 대비합니다.

3. 수사기관에 출석한 경우

수사기관에 출석하면, 수사기관은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합니다. 이 피의자신문조서는 이후 형사절차에서 중요한 증거자료가 되는 것이므로, 피의자신문에 잘 대응해야 합니다. 우선 출석시 도장과 신분증을 지참해서 가고, 준비한 자료가 있다면 같이 가지고 갑니다. 피의자신문은 수사관의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으로 진행되고, 그 문답을 기재한 것이 피의자신문조서입니다. 그렇더라도 피의자는, 진술할 내용이 복잡하고 많으면, 진술서를 따로 준비해가서 제출할 수 있고, 또한 자신의 진술을 입증할 서류 등 물적 증거가 있으면, 이를 같이 제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수사관은 이를 피의자신문조서 뒤에 같이 편철합니다.

4. 기소? 불기소? 공판? 약식?

수사가 끝나면, 검사는 피의자에 대하여 재판을 제기하느냐? 하지 않느냐?를 결정합니다. 혐의사실이 인정된다고 보아, 법원에 피의자에 대한 처벌을 구하는 재판을 제기하는 것을 ‘기소’라 하고, 그 반대의 경우를 ‘불기소’라 합니다. 불기소가 꼭 무혐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컨대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와 같이, 죄가 인정되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유가 있어서, 불기소처분을 할 때가 있습니다.

5. 수사기록 열람·등사

공소가 제기되면, 피고인은 수사기록을 열람·등사해야 합니다. 수사절차에서는 피의자에게 수사기록을 공개하지 않지만, 공소제기 이후는 무기대등 원칙 및 적법절차 원리에 따라서, 피고인은 수사기록을 열람하고 등사할 수 있습니다. 수사기록에는 고소인 기타 참고인의 진술조서 등 증거서류들이 첨부되어 있으므로, 이후 공판절차에서 부인하거나 인정할 증거를 선별하기 위해서는, 이를 살펴봐야만 의견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필요한 절차입니다.

6. 자백? 부인? 양형?

공판절차에서 선결절차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사항은 자백 또는 부인 여부입니다. 이에 따라서 이후 공판절차 방향이 결정되고, 피고인의 입증 계획이 정해집니다.

7. 글을 마치며

주마간산으로 형사절차를 살펴 보았습니다. 이 외에도 영장실질심사, 공판 준비절차, 보석, 상소 등 중요한 사항들이 더 있습니다. 특히 형사절차는 민사절차와 달라서, 법정에서 재판장이 판결을 고지한 때로부터 상소기간이 기산됩니다. 민사절차와 같이 판결문을 송달받은 때로부터 기산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살펴 볼 사항들이 더 있으나, 이는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2019. 3. 1.